매니폴드

매니폴드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. 하나는 하나의 기관에 밸브나 배관을 여러 개 나열해 놓은 것입니다. 서로 다른 다양한 흐름을 한 장소에 모으고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장치를 매니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. 다른 하나는 수학에서 사용하는 개념으로, 각각의 부분에서는 유클리드 공간과 닮은 위상 공간이지만 이것들이 연결된 전체의 대역에서는 비-유클리드적인 독특한 위상수학적 구조를 띠는 공간을 가리킵니다. 이것을 다른 말로 ‘다양체’라고 부르기도 합니다.

스물다섯 명의 서로 다른 작품세계를 지닌 작가들이 모인 ‘매니폴드’는 각 작가들의 독자적인 전시영역(zone)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. 동시에 이 작가들의 차이와 개성들만큼이나 다양하고 폭넓은 동시대미술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. 수학적 의미에서 다양체를 이루는 한 위상공간은 일관성을 띠지만, 그와 동등한 다른 공간들과의 관계는 설명하기 어려운 독특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. 그러나 동시에 이 공간들은 공통된 하나의 구조를 드러내고 있기도 합니다. 여기에 온라인으로 전시하고 있는 스물다섯 명 외에도 많은 작가들이 한국의 동시대미술이라는 범주 안에서 함께 이어져 있습니다. 매니폴드는 서로 다른 모든 탁월한 예술가들이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동시대 미술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합니다.

예술경영지원센터의 ‘예비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’의 일환으로 실행되는 ‘매니폴드’는 현재의 팬데믹 상황에서 예술가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화랑들에게 비대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해나가기 위해 시행되었습니다. 이 프로젝트에서는 예술가들 뿐 아니라 화랑들에 대한 지원과 홍보를 포함하여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들이 제공될 것입니다. 보다 많은 예술가와 화랑들 그리고 관객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.

감사합니다.

예술감독 │ 유진상 (계원예술대학교 교수)